- 이 글은 2차 대전 이후 정보공학 혁명의 진원지이자 정보기술의 직접지로서 새로운 기업 창출과 기술혁신 등 전세계 혁신지역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는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와 '루트 128(Route 128)'를 중점 분석하고 있다. 미국 서부의 실리콘 밸리와 동부의 루트 128 지역은 혁신지역으로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지역혁신체계와 클러스터 이론의 산실이 되고 있다. 특히 이 글에서는 다음 세 가지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첫째, 지역혁신의 최초 발전이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에서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공간적 근접성과 인지적 거리, 지식의 창출과 확산 그리고 기술개발과 이용 문제 등에 대해 분석한다. 둘째, 1980년대 초반 극심한 경기침체 이후 두 지역의 상이한 발전경로에서 보여주고 있는 성공과 실패요인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두 지역이 경기침체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두 지역의 문화적 요소와 기업조직구조 그리고 지식 네트워크의 특성상의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셋째, 두 지역이 새로운 정보기술물결 창출과 도약을 위해 어떠한 계획과 비전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정보혁명과 기술혁신에서 성공할 수 있는 지역혁신체계 구축방안과 지속적인 경제성장 전략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Ⅰ. 문제 제기
실리콘 밸리는 2001년 현재 1억불 이상의 매출을 갖고 있는 기업 중 성장이 가장 빠른 미국의 500대 기업 중 132개가 위치하고 있으며, 미국 1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본사를 두고 있을 정도로 미국 경제의 심장부로서 기능하고 있다(MTC, 2002a). 루트 128이 자리 잡고 있는 대 보스턴(Greater Boston) 지역도 MIT와 하버드 등 세계일류의 연구중심대학이 자리하고 있어, 지역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 경제성장의 엔진역할을 하고 있다(AICUM, 2003). 이 같은 두 지역의 빠른 정보기술개발 속도와 높은 경제적 성과는 모든 국가 사이에서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에 따라 오늘날 두 지역은 지역혁신의 가장 중요한 벤치마킹 사례로서 집중·연구되고 있다(Choong-Moon Lee & Miller 2001; Scott 2001). 특히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 지역은 혁신지역으로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지역혁신체계와 클러스터 이론의 산실이 되고 있다. 두 지역은 스탠포드, MIT 등 연구중심대학을 중심으로 한 전자·정보공학 부문에서 신규기업들(start-ups)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으며, 초기 연구개발 재원 소스와 소비자가 연방정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두 지역은 전형적인 북부 캘리포니아 농촌지역과 오랜 전통적 산업문화가 존재해 온 보스턴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체계와 문화적 전통 그리고 그것이 빚어낸 기업 전략과 조직구조 면에서 많은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두 지역은 국방지출의 삭감과 오일쇼크 그리고 일본 등 후발 선진국과의 경쟁 속에서 경기침체와 재도약 과정을 거치면서 명암을 달리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는 새로운 혁신 물결과 지역 내 네트워크의 활성화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일구어낸 반면, 루트 128지역은 무수한 신규기업의 창출과 정보기술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상용화에 실패함으로써 실리콘 밸리에 선두자리를 내주고 더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Saxenian, 1994). 따라서 두 혁신지역에 대한 심층 비교연구는 지역혁신체계(RIS)의 형성과 지속적 발전과 관련하여 많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두 혁신지역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해 다음 몇 가지 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지역혁신의 최초 발전이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에서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간적 근접성과 인지적 거리, 지식의 창출과 확산 그리고 기술개발과 이용 문제 등에 주목하고자 한다. 둘째, 1980년대 초반 극심한 경기침체 이후 두 지역의 상이한 발전경로에서 보여주고 있는 성공과 실패요인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두 지역의 경제적 성과를 비교 분석하고, 이러한 경제적 결과를 낳게 된 주요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특히 두 지역이 경기침체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두 지역의 문화적 요소와 기업조직구조 그리고 지식 네트워크의 특성상의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셋째, 두 지역이 새로운 정보기술물결 창출과 도약을 위해 어떠한 계획과 비전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요컨대 본 연구는 두 혁신지역의 비교를 통해 지역경제단위가 정보혁명과 기술혁신에서 성공할 수 있는 지역혁신체계 구축방안과 지속적인 경제성장 전략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Ⅱ. 이론적 논의와 분석틀
오늘날 신 글로벌 경제 속에서, 지속적인 혁신은 미래성장에 필수적인 조건이 되고 있다. 구 글로벌리즘에서의 다국적 기업들이 많은 양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수출 전초기지로서 기능할 수 있는 낮은 토지 및 노동비용을 가진 지역에 투자하는 저비용 요소를 추구하였다면, 신 글로벌리즘하의 기업들은 고 부가가치, 전문화 그리고 혁신관련 활동을 견인하는 최상의 지리적 위치를 추구함으로써, 전문 노동력, 연구개발 그리고 상업화 능력, 혁신 네트워크, 그리고 독특한 사업 하부구조에 기반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지역에 대한 투자경향을 보이고 있다(Miller, 1996). 이에 따라 세계화에 따른 기업의 지역적 분산화 경향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지식과 기술정보에 기반을 둔 지역차원의 기업 집중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새로운 기업환경 추구와 혁신지역에 관한 관심은 혁신체계 이론(Edquist 1997, Lunfbvall 1992, Wolfe 2002)과 산업클러스터 이론(Poter 1998, 1999, 2000) 등 다양한 이론적 논의로 나타나고 있다. 혁신체계 접근이론은 기업간의 관계 네트워크와 그들의 혁신활동을 지원하는 광범위한 제도적 환경을 분석하고 있다. 혁신체계를 구성하는 공공 그리고 사적 부문 제도들 간의 지식 흐름, 혁신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 요소들의 상호작용과 지리적 근접성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Wolfe, 2002). 지역혁신체계의 핵심적 요소는 공적 기구와 사적 행위자들 내 그리고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관계 네트워크는 물론 그 지역 내에 위치한 연구개발(R&D) 제도들의 하부구조이다. 특히 혁신체계 전반에 걸쳐 기술적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획득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혁신의 수요와 공급측면의 갭을 연결시켜주는 기술 클러스터, 기술브로커, 기업혁신센터, 대학연구소, 벤처캐피탈 기업 등과 같은 혁신지원조직도 지역혁신체계에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포터(Porter)는 기업의 경쟁이점을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개별기업 밖에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경제적 경쟁에 관한 클러스터 이론을 발전시켰다(Porter, 2000). 포터의 이론모델은 전반적인 혁신 그리고 경쟁 잠재력을 결정하는 클러스터의 4가지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첫째, 특정산업의 요구에 맞는 노동자, 자본, 그리고 물리적, 과학적, 그리고 기술적 하부구조의 유효성, 둘째, 고부가가치 상품개발을 요구함으로써 혁신압력을 제공하는 고도로 세련된 지역고객 존재, 셋째, 지적재산을 보호하고, 투자를 권장하며, 기업 활동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규칙, 인센티브, 경쟁압력의 체계, 넷째, 거래비용을 낮추고, 아이디어 교환을 촉진하며, 유연한 아웃소싱 기회를 창출하는 풍부한 공급업자, 전문화된 프로와 기술지원 기업, 그리고 산업협회 네트워크 등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체계와 클러스터 이론은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많은 지리적 경쟁 이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적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혁신체계와 산업클러스터 이론만 가지고는 똑같이 전문화된 기술, 공급자, 그리고 정보기술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는 두 지역이 1980년대 이후 한편에서 진보와 번영을 낳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체와 쇠퇴를 생산하고 있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삭세니언이 적절하게 지적한 바와 같이 개별회사 밖에 존재하는 경쟁 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주로 외부경제와 집적 개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Saxenian, 1994). 이 같은 외부경제와 집적개념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조직과 내부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따라서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에 대한 비교·평가를 위해서는 두 혁신지역의 제도와 문화, 산업구조 그리고 기업조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기업조직은 사회·문화 그리고 제도적 환경, 즉 산업체계 속에서 배태되고, 자신의 전략과 구조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에서 다른 두 요소와 상호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지방제도는 지방문화를 형성하고 그것에 의해 형성된다. 여기서 지방문화는 정적이기보다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형성 된다. 또한 지방제도와 문화에 바탕을 둔 산업구조는 노동의 사회적 분화, 수직적 통합정도, 특정 부문 혹은 관련 부문의 고객, 공급업자, 경쟁자 사이의 연관 정도, 특성 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기업내부조직은 위계적 혹은 수평적 행위조율의 정도, 집중화 혹은 탈집중화, 그리고 기업 내 책임성의 할당과 업무의 전문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Saxenian, 1994). 요컨대 단순히 집적개념만이 아니라 지역문화와 산업구조 및 기업조직의 관점에서 지역혁신체계를 분석하는 것은 두 지역의 상이한 경제적 성과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혁신체계와 산업클러스터 이론이 간과하고 있는 기업내부조직 특성과 산업체계론 관점에서 두 지역을 비교·분석해 보고자 한다.
Ⅲ. 지역개관과 입지조건
1. 실리콘 밸리
<그림 1> 실리콘 밸리 지역
실리콘 밸리는 20세기 중반까지 살구와 호도나무로 유명한 농촌지역으로서 2차대전 말 이후에도 산호세(San Jose)를 중심으로 소규모 식료품 제조와 공급지로서 기능 하였다. 그러나 기후가 매우 양호하고 쾌적하여 오늘날 스탠포드대학 리서치 파크가 자리잡고 있는 팔로알토(Palo Alto)를 시작으로 산호세까지 무수한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대표적으로 팔로알토에는 휴렛패커드, 마운틴 뷰(Mountain View)에는 페어차일드, 산타클라라에는 인텔, 그리고 쿠퍼티노(Cupertino)에는 애플 본사를 비롯한 다수의 관련 기업들이 입지하고 있다. 최근 북부 실리콘 밸리 지역의 지가상승과 공간부족으로 신규기업들이 점차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남부 산호세 지역으로 모여들고 있는 추세다. 또한 산호세에는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출신의 단순 저임금 노동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림 2> 실리콘 밸리 인종구성 분포
실리콘 밸리의 전체인구는 2002년 말 현재 230만 명으로 미국의 17개 주보다 더 많은 인구를 갖고 있으며, 일자리 수는 모두 135만개로 집계되고 있다(Joint Venture, 2003). 인종구성 분포를 보면 백인이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연안국가 26%, 히스패닉 21%, 그리고 둘 이상의 혼혈인종 5%, 아프리카계 미국인 3%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2> 참조). 실리콘 밸리의 인구 연령분포는 20-44세가 42%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45-64세가 21%, 0-9세 14%, 10-19세 13%, 65세 이상 10%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리콘 밸리의 교육수준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성인의 84%가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소지하고 있으며, 대학 학사학위 소지자도 41%에 이르고 있다(Joint Venture, 2003). 특히 실리콘 밸리 지역 중심에는 명문 스탠포드 대학교가 자리잡고 있으며, UC 버클리 대학교가 인접해 있어 핵심 연구기술의 제공과 우수한 인적자원의 산실이 되고 있다.
2. 루트 128
보스턴(Boston)은 초기 유럽인들의 정착시기부터 주요한 국제적 항구이자 매사추세츠주 정부의 수도였다. 오늘날 대 보스턴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경제지역의 하나로서 널리 인식되고 있다. 하버드와 MIT대학 등 세계적인 가장 훌륭한 연구교육기관이 보스턴에 위치하고 있으며, 풍부한 역사적 유산과 다방면의 문화자원과 결합되어 보스턴을 매사추세츠에서 가장 큰 경제활동 중심지로 만들었다. 대 보스턴은 매사추세츠 전체 인구와 고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공공, 상업, 그리고 산업 제도가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 대 보스턴 지역은 현재 서피크(Suffolk)카운티 전지역, 미들섹스(Middlesex)와 노포크(Norfolk)의 대부분 그리고 플리머스(Plymouth)와 에섹스(Essex) 카운티의 일부지역을 포함하여 총 1,350 평방 마일에 이르고 있다(MTC, 2002b).
루트 128은 <그림 3>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지금의 I-95(interstate 95) 구간 및 I-93의 일부구간과 겹쳐지는 대보스턴 지역의 외곽을 우회하는 고속도로로서 당초 보스턴 중심지역의 극심한 교통정체를 해결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즉 자동차와 트럭이 보스턴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이후 교통 전문가들은 보스턴 교통정체의 근본적인 해결책의 하나로서 남북을 우회 관통하는 아크(ark)형 도로로 설계된 것이 바로 루트 128이다. 그러나 교통전문가와 도로설계자들도 루트 128이 이후 첨단산업의 기술거점지역으로 발전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 루트 128은 확실히 고속도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루트 128은 하이 테크놀로지와 동일한 의미로 인식되어 왔다.
<그림 3> 루트 128과 보스턴 지역
2차대전 말 기업가들은 새로이 완성된 루트 128 밸트웨이(belt way) 구간의 진정한 잠재력을 발견하였으며, 이곳에 미국 최초의 교외 인더스트리얼 파크를 건설하였다. 루트 128과 이곳에 자리잡은 기업가들은 매사추세츠주를 구 경제에서 컴퓨터와 전자공학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시대로 신속하게 이동시켰다. 레이더와 트랜지스터를 생산하는 레이테온(Raytheon) 등과 첨단회사들이 루트 128 고속도로를 따라 속속 설립되었다. 폴라로이드(Polaroid)와 DEC, 데이터 제너럴(Data General) 그리고 LISP, Culliname, Clevite, Wang, Teradyne, Digital(현재 Campaq의 전신) 등 수많은 종류의 크고 작은 혁신회사들이 루트 128과 I-495 벨트웨이 사이에 설립되었다. 이에 따라 루트 128은 수천 명의 거주자와 고용인들을 연결하는 교통기능과 함께 하이테크 기업과 상품의 메카로 성장하였다. 최근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새로운 핵심기술 클러스터의 형성은 루트 128 밸트웨이에서 I-495 지역으로 성장 중심을 점차 이동시키고 있다.
<그림 4> 대 보스턴 지역 인종구성 분포
2000년말 현재 대 보스턴 지역의 전체인구는 301만6천 여명으로 25~44세가 32.9%로 가장 많고, 45~64세와 18세 미만이 22.1%, 65세 이상이 13.3%, 그리고 19~24세 사이가 9.7%로 나타나고 있다(MTC, 2002b). 전체인구를 인종별 구성분포로 보면 실리콘 밸리와 달리 코카시안 계통의 백인이 82.5%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흑인이 8.4%, 그리고 히스패닉 6.7%, 아시아인 6.1% 순서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4> 참조).
대보스턴 지역이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장소가 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교육수준과 세계 일류의 대학 및 연구하부구조 등을 들 수 있다. 즉 25세 이상의 전체 거주자 중 83%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으며, 3분의 1이상이 4년제 대학 이상의 교육수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MTC, 2002b). 특히 보스턴 지역에는 널리 알려진 하버드와 MIT 대학 이외에도 보스턴 칼리지(Boston College), 보스턴 대학교(Boston Univ.), 브랜다이스 대학교(Brandeis Univ.), 노스이스턴 대학교(Northeastern Univ.), 터프츠 대학(Tufts Univ.) 그리고 매사추세츠 보스턴 대학(Univ. of Massachusetts Boston) 등 모두 8개의 연구중심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AICUM, 2003). 이러한 우수한 연구교육기관의 존재는 루트 128 지역에 연구계발과 관련된 과학기술의 집중을 가져온 주요 원인이 되었다.
Ⅳ. 클러스터 형성과정과 네트워킹
1. 실리콘 밸리
실리콘 밸리가 혁신 클러스터로서 발전하게 된 ‘최초 계기’는 최첨단 전자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시장 상품화에 성공한 소수의 사람들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스탠포드 공대학장으로 있던 프레드 테르만(Fred Terman) 교수가 있다. 테르만은 자신의 라디오 기술을 팔로알토 시를 중심으로 정착시키고, 제자들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에 의한 휴렛패커드사 설립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였다. 실리콘 밸리의 최초 기업인 휴렛패커드사의 조기성공은 이 지역에 전자산업이 형성될 수 있은 토대가 되었다. 실리콘 밸리의 초기형성에서 또 하나의 주요한 계기는 태평양전쟁에 따른 주요 방위산업체의 설립과 관련기업의 성장에 있다. 특히 록히드사의 설립은 팔로알토의 중소규모의 전자업체에 새로운 시장을 제공하였다. 이 같은 방위지출과 군납조달은 1951년 입주가 시작된 스탠포드 인더스트리얼 파크와 결합해 실리콘 밸리 형성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였다.
이후 실리콘 밸리는 <그림 5>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네 개의 주요 기술혁신 물결을 통해 형성·발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즉 1950년대 국방분야, 1960-70년대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의 상업화, 1980년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퍼스널컴퓨터 개발, 그리고 1990년대에는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가 실리콘 밸리의 기술혁신과 성장을 주도하였다(NSVLG, 2001). 특히 매시기의 기술혁신 물결은 다음시기의 실리콘 밸리 경제를 배태하였으며, 지역 내 산업구조와 배합을 변화시켰다. 동시에 매시기마다 뛰어난 인적자원, 부품 공급업자, 금융서비스 제공자 그리고 연구하부구조의 네트워크를 확대시킴으로써 혁신과 창의적 기업 환경을 창출하였다.
<그림 5> 실리콘밸리 역사와 고용성장
자료: Collaborative Economics(2000).
특히 1950년대 초 한국전쟁은 휴렛패커드와 베어리언 어소시에이트(Varian Associates)와 같은 실리콘 밸리 기업들로부터 전자공학 제품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실리콘 밸리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50년대 동안 방위지출은 실리콘 밸리 기업의 기술하부구조를 형성시키고 스탠포드 대학을 비롯한 연구기관을 지원함으로써 기술혁신에 실질적 도움을 주었다. 냉전과 우주경쟁 기간동안 방위당국은 지출규모와 수준에 개의하지 않고 관련 기술획득에 주안점을 두었으며, 종종 자신의 기술적 요구를 사전에 제시함으로써 기업들에게 기술 혁신을 추구하도록 하였다. 동시에 방위당국은 2차 부품공급자 제도를 요구함으로써, 지역 내 기술 확산과 함께 대체부품 공급자로서의 신규기업 창출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의 1세대 기술혁신 물결은 1969-71년 방위지출 삭감과 함께 종식되었다.
방위지출의 삭감에 따른 실리콘 밸리의 경기침체는 방위기술의 상업적 적용과 개발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인텔사의 창립자인 밥 노이스에 의해 1959년 개발된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는 1960-70년대 반도체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왔다. 쇼클리반도체사를 시작으로 30개 이상의 반도체 기업이 1960대동안 실리콘 밸리에 발달하였다. 쇼클리반도체사(Shockley Semiconductor)는 이후 패어차일드(Fairchild)와 인텔(Intel),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스(Advanced Micro Devices) 그리고 내셔널반도체사를 포함해 수많은 분사기업을 발생시켰다. 오늘날 실리콘 밸리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도 이 시기이다. 실리콘 밸리의 기술물결은 1971년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발명으로 더욱 확장되었고, 퍼스널 컴퓨터에 의해 인도된 다음단계 기술물결을 위한 기술적 토대를 확립하였다. 특히 일본 등 외국 반도체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은 실리콘 밸리 반도체 산업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포함한 특수 칩(chips)으로 이동시켰다.
실리콘 밸리의 제 3세대 기술물결은 퍼스널 컴퓨터가 주도하였다. 이미 방위분야와 직접회로(IC) 기술물결에 의해 확립된 기술적 토대는 제3세대 기술물결을 위한 풍부한 산업환경을 창출하였다. 실리콘 밸리는 이미 많은 기술혁신 기업과 지원관련 산업, 벤처캐피탈, 그리고 PC혁명을 촉발시킨 인재들을 지역 내로 끌어들였다. 자가조립 컴퓨터클럽(Home-brew Computer Club)에서 만나던 젊은 인재들은 결국 애플(Apple)사를 포함하여 20개이상의 컴퓨터 회사를 탄생시켰다. 이 기간 동안 실리콘 밸리는 폭발적인 성장하여 1975년 830개였던 기업수를 1990년 3000개로 증가시켰으며, 고용자수도 10만명에서 26만7천여명으로 증가하였다(Scott, 2001). 또한 초기 퍼스널 컴퓨터 산업도 선 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와 같은 기술혁신 기업에 의해 보다 주도된 정교한 워크스테이션 개발로 이어졌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의 반도체와 컴퓨터 하드웨어 산업도 냉전종식에 따른 방위삭감과 글로벌 경쟁 증대로 1990년대 초 또 다시 경기침체가 찾아왔다. 이러한 경기침체를 타개한 제4세대 기술물결이 바로 인터넷 혁명이다. 1993년 인터넷의 상업적 개발과 월드 와이드 웹(www)의 창출로 실리콘 밸리는 인터넷 혁명의 리더가 되었다. 그 결과 네스케이프(Netscape), 시스코(Cisco), 그리고 3Com 등과 같은 인터넷 관련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어져, 1992년과 1998년 사이에 소프트웨어 일자리는 150%이상 증가하였으며, 컴퓨터 네트워킹 일자리도 두 배로 증가하였다. 선과 휴렛패커드와 같은 컴퓨터 기업과 인텔과 AMD와 같은 반도체 기업도 인터넷 시장과 함께 크게 성장하였다. 그러나 인터넷 버블의 확산과 텔레커뮤니케이션 산업의 시설과잉(overcapacity)은 2000년 이후 실리콘 밸리의 경기침체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콘 밸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다음 단계의 기술혁신 물결에 대한 모색을 계속하고 있다(Scott, 2001).
<그림 6> 실리콘 밸리 고용비중 변화: 1992 & 2001
1990년대 이후 실리콘 밸리의 경제구조는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크게 변화하였다. 소프트웨어는 실리콘 밸리 지역의 주도산업으로서 고용자수가 크게 늘어난 반면, 하드웨어와 장비분야의 고용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1992년과 2001년 사이에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 산업은 고용비중이 4% 감소하였으며,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산업은 3%, 그리고 방위·항공분야는 8% 감소하였다. 반면 소프트웨어산업은 1992년 7%에서 2001년에 21%로 세배 가까이 증가하였다(<그림 6> 참조). 2001년 현재 소프트웨어 부문에는 평균 12만2천여명이 고용되어 있으며, 이어서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제조는 8만4천여명, 컴퓨터와 컴뮤니케이션 하드웨어 제조부문에 7만9천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또한 혁신서비스와 창조적 서비스 그리고 협회사무실 등에 모두 10만5천여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바이오 제약, 메디컬 장비, 그리고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등 바이오 메디컬 부문에는 모두 3만6천5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그림 7> 참조).
2. 루트 128
당시 MIT는 20세기초 전자공학이라는 새로운 물결의 중심지였다. 특히 전자공학 분야에서 유명했던 부시(Vannevar Bush) 교수는 후에 루트 128의 대표적 기업이 된 레이테온(Raytheon)의 전신인 ‘어메리칸 어플라이언스 컴퍼니(AAC)’ 설립을 적극 도왔다. 초기 냉장고 생산회사로 설립된 AAC는 1925년 새로운 종류의 진공관 개발에 성공한 후, J.P 모건과 보스턴 지역부호로부터 대규모 투자재원을 획득, 레이테온으로 회사명을 개칭하였다. 같은 시기에 폴로라이드(Polaroid)와 내이셔널 리서치 코포레이션(NRC)과 같은 신규기업들이 지역자본을 토대로 루트 128지역에 속속 설립되었다.
그러나 루트 128지역의 경제성장은 연방정부의 전자공학에 대한 연구지원에 의해 본격화되었다. 특히 2차대전 기간동안 MIT는 군사연구를 수행하는 미국의 연구중심지가 되었다. 1941년 최초 과학연구개발 연구기구인 ‘과학연구개발청(OSRD)’의 초대 소장으로 임명된 부시교수의 지원으로 MIT 연구소는 1940~50년대 동안 총 3억3천만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연구비를 수주함으로써 이후 보스턴 산업부흥의 동력을 제공하였다. OSRD의 연구자금으로 설립된 레이다 연구소(Rad Lab)는 미국 대학 최초의 대규모 학제간 그리고 다기능의 연구개발조직으로써 레이더와 네비게이션 시스템에 관한 중요한 전시 연구를 수행하였다. 또한 1951년 MIT는 공군의 요청에 따라 장거리 레이더, 항공방위경고 시스템 그리고 하이 스피드 디지털 데이터 프로세서 개발을 목적으로 링컨연구소(Lincoln Lab)를 설립하였다. 당시 하버드 연구소도 잠수정(submarine warfare)과 안티 레이더 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와 같이 보스턴 지역의 연구소들은 1960년대 중반까지 5,000여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을 고용함으로써 전국최고의 물리학자와 전자공학도 들을 이 지역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전후 이들이 대학 연구소와 교수로 잔류하거나 지역회사에 고용됨으로써 루트128 산업클러스터의 풍부한 인적자원을 형성하게 된다.
보스턴 지역산업도 전쟁특수로부터 직접적인 특혜를 받았다. 레이테온은 레이더 장치에 필요한 진공관과 마크네트론(magnetrons) 생산의 대부분을 수주하였다. 이에 따라 GE, Westinghouse, RCA 그리고 벨연구소(Bell Labs)등과 같은 기존 경쟁자들 사이에서 뒤쳐져 있던 레이테온은 전시 군사계약을 통해 급속히 성장하여, 1945년에는 매출액 규모에서 GE와 비슷하게 되었으며, 고용자수에 있어서도 1940년 1,400명에서 1945년 16,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를 기반으로 1950년대에는 미사일 가이던스 시스템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MIT대학과 방위지출로 인해 활성화되기 시작한 연구·산업활동은 1951년 루트 128 고속도로의 제1구간 완공(27마일)으로 공간의 폭을 크게 확장시켰다. 루트 128 고속도로는 보스턴 외곽의 20여개 도시를 연결하였으며, 캠브리지(Cambridge)와 같이 MIT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역거점을 중심으로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속속 자리잡기 시작함으로써 ‘미국의 테크놀로지 하이웨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1965년 574개의 회사들이 루트 128 지역에 자리잡았으며, 8년만에 그 수는 배가되었다. Sylvania, RCA, Honey-well, Clevite, 그리고 Avco와 같은 전국 회사들의 지사가 테크노 콤플렉스(Techno Complex)의 일원이 되었다. MIT 엔지니어링 관련 부서와 연구소들은 1960대 동안 175개 이상의 신규기업을 지역 내에 낳게 하였다. 레이테온도 150여개에 이르는 신규기업의 원천이 되었으며, Sylvania사의 전자공학 부서도 다른 39개 신규기업을 창출하였다(Saxenian, 1994).
새로이 생겨난 신규기업지원 조직도 지역내 기업 활성화에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1946년 전쟁기간 개발된 신기술을 이용해 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본 공급을 목적으로 ‘미국연구개발협회’(ARD)가 설립되었다. ARD는 미국 최초의 공공 벤처캐피탈 회사로서 MIT 관련 연구소에 적극적인 투자를 시도하였다. ARD의 가장 성공적인 투자는 1957년 MIT 대학원생인 캔 올슨(Ken Olson)에 의해 설립된 디지털 장비회사인 DEC였다. ARD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기업의 성공은 지역은행과 보험회사들로 하여금 테크놀로지 기업에 투자하도록 만들었다. 1957년 보스턴 퍼스트 내셔날 뱅크는 자체 투자회사를 설립하였으며, 이어 소규모 사업투자 기업에 세금혜택이 부여되는 법안이 통과된 1958년 미국 최초의 소규모사업투자회사인 SBIC를 설립하였다.
1970년대까지 루트 128지역은 미국의 선도적인 전자공학 혁신센터로 자리를 잡았다. 레이테온과 MITRE 등 거대 방위기술업체와 지역기업들은 레이더 트랜스미팅 튜브, 텔레콤, 산업제어와 컴퓨팅, 그리고 미사일통제 및 인도 시스템 등과 같은 전자공학 부품생산을 전문화시켰다. 특히 루트 128지역 생산업체들은 인구중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TV, 라리오 등 가전제품보다는 주로 높은 수준의 기술과 지속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정교한 기술부품과 군사 전자공학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루트 128 생산업체들의 방위 및 항공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방위예산 삭감과 함께 극심한 지역경기 침체의 원인이 되었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 종식과 우주경쟁 완화로 루트 128지역에 대한 군수계약은 급격히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1970-72년 사이에 대략 30,000여명에 이르는 방위 관련 일자리가 사라졌다. 레이테온도 전체 근로자의 40%에 이르는 10,000여명을 해고하였다. 이러한 경기침체 경험 이후 루트 128 기업들은 상업시장으로 점차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루트 128지역이 1970년대 초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계기는 미니컴퓨터의 등장이다. 미니컴퓨터 시장의 확대는 1970년대 말까지 루트 128지역을 컴퓨터산업의 가장 빠른 성장 중심지로 만들었다. DEC, 왕(Wang), 데이터 제너럴(DG) 등 루트 128 기업들은 미니컴퓨터산업 부가가치의 3분의 2이상을 산출하였다. 1977년까지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갖고 있던 DEC은 세계 전체 미니컴퓨터 판매의 41%를 점유하였다. 특히 데이터 제너럴은 1980년까지 DEC과 실리콘 밸리에 기반하고 있는 휴렛패커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미니컴퓨터 회사로 성장하였다. 1972년 또 다른 선도적 미니컴퓨터 생산업체인 프라임 컴퓨터(Prime Computer)와 CAD/CAM의 미니컴퓨터 생산업체인 컴퓨터비전(Computervision)이 설립되었다.
미니컴퓨터 시장의 성장과 함께 루트 128 지역은 수많은 컴퓨터관련 부품 공급업자와 기술관리 컨설팅기업 및 다른 비즈니스 서비스 제공자들의 집산지가 되었다. 이 같은 지역 하부구조는 기존 기업과 신설 기업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1975년까지 루트 128를 따라 형성된 테크놀로지 콤플렉스에는 10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였으며, 10만여명의 노동자가 종사하였다. “매사추세츠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이러한 경기성장은 미니컴퓨터 제조업체의 팽창과 1970년대말 일시 회복된 방위지출과 이에 따른 군수계약 공급에 의해 추동되었다.
그러나 매사추세츠의 기적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1985년을 기점으로 컴퓨터와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경쟁심화와 냉전종식에 따른 방위삭감으로 루트 128지역의 경기는 또 다시 침체되기 시작하였다. 왕과 데이터제너럴과 같은 루트 128지역의 미니컴퓨터 회사들은 자신의 고객들이 워크스테이션과 퍼스널컴퓨터로 이전함에 따라 침체하기 시작하였다. 신규기업들의 고용창출도 미니컴퓨터 회사에서 지속된 정리해고자들을 상쇄하지 못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의 선구자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아폴로(Apollo)사는 1989년 휴렛패커드에 매각되었으며, DEC사 역시 방위삭감으로 정리해고를 반복하였다. 이후 루트 128은 인터넷과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과 같은 새로운 정보기술의 발명과 라이코스, 채널웨이브 등 새로운 기업들의 생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볼 때 루트 128지역의 번영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빠른 성장과 지속적인 상업화에는 실패하였다.
<그림 8> 매사추세츠 핵심 클러스터의 고용집중과 성장: 1996-2001
<그림 8>에서 보여주듯이 1950년대 이후 루트 128지역의 성장을 주도했던 방위와 컴퓨터 및 커뮤니케이션 하드웨어 분야는 매사추세츠 전체 성장률 보다 훨씬 적은 연평균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방위 분야는 1990년대 초 이후 수년에 걸쳐 계속적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 하드웨어 클러스터의 주요부문도 최근 텔레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의 시설과잉으로 극심한 불경기를 겪고 있다. 이처럼 극심한 경기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는 루트 128의 테크놀로지 기업들은 최근 실리콘 밸리 기업과의 경쟁보다는 실리콘 밸리를 보완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특히 매사추세츠기술협력위원회(MTC), 매사추세츠 하이 테크놀로지위원회(MHTC) 등 공공·민간 협회들이 지역 경제의 부흥과 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1년 현재 매사추세츠의 9개 핵심 클러스터 중 금융서비스 분야 종자자수는 14만5천여명으로 가장 많아 가장 전체 클러스터 고용의 19.9%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소프트웨어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대학교육, 혁신 서비스 클러스터가 각각 전체 고용의 16.2%, 16.1% 그리고 14.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컴퓨터 하드웨어와 함께 루트 128지역의 발전을 선도했던 방위 클러스터의 고용비중은 2만6천여명으로 가장 작은 3.6%를 차지하고 있다. 1996년과 2001년 사이에 연평균 성장률은 소프트웨어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분야가 7%로 매사추세츠 전체 성장률인 1.9%의 3배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그림 8> 참조). 따라서 향후 보스턴의 경제성장은 루트 128과 I-495 지역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MIT, 허버드를 비롯한 8개의 주요 연구대학으로부터 배출되는 인적자원의 집중은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바이오테크놀로지 산업클러스터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Ⅴ. 지역혁신체계 분석: 성과, 차이, 전망
1. 경제수행 성과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 지역이 최초의 기술혁신지역으로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문화된 기술, 스탠포드와 MIT 등과 같은 선도적인 연구제도와 강력한 연구베이스, 그리고 그것을 재정적으로 뒤받침하고 있는 연방정부 방위지출 등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두 지역의 초기 경제적 성공은 부시와 테르만 교수와 같은 뛰어난 학자와 연계된 모험심 많고 창의적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던 연구공학도 출신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혁신기업과 대학연구소 간에 전략적 제휴를 통해 연구결과의 시장상업화에 성공함으로써 지역 내 산업클러스터의 기반을 제공하였다. 동시에 두 지역에서의 경제적 성공은 연방정부의 방위지출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다. 두 지역의 첨단산업과 정보기술은 방위지출에 의한 연구 성과에 기초한 것이었으며, 상업화의 성공도 이러한 연구결과의 현실 응용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두 지역의 기업성공의 기반을 제공한 방위지출은 주기적 예산삭감에 따라 두 지역 경기침체의 요인이 되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0년대 초, 그리고 냉전종식 이후의 1990년 초에 두 지역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게 되었다. 이 같은 방위지출 삭감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는 두 지역 모두에게 정보기술의 상업화와 새로운 시장개척이라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이후 두 지역의 경제성장은 점차 명암을 달리 하기 시작하였다. 실리콘 밸리는 퍼스널 컴퓨터와 인터넷 혁명을 통해 다시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반면 루트 128지역 내 정보기술분야 관련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쇠퇴하였다. 루트 128의 산업체계는 셀 수 없이 많은 신규기업과 첨단기술을 창출하였으나, 실리콘 밸리의 기업과 달리 지역경제를 유지하는데 충분할 만큼 빠르게 혹은 지속적으로 시장변화에 적응하거나 상업화하는데 실패했다(Saxenian, 1994).
<그림 9>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1990년 100대 고성장 전자기업수에서 실리콘 밸리는 39개 기업인데 반해 루트 128지역은 4개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고성장 전자기업수는 지난 5년간의 판매성장률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지역의 성장추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 9>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의 고성장 전자기업수: 1985~1990
<그림 10> 1억달러 이상 매출액 하이테크놀로지 기업수: 1992년 기준
또한 1992년도에 1억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올린 두 지역의 하이테크놀로지 기업을 설립연도를 기준으로 하여 비교해 보면 두 지역의 명암은 더욱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올린 기업 중 1950년대 이전에 설립된 기업수는 실리콘 밸리는 모두 9개로서 루트 128지역의 27개 보다 3배 뒤져 있으나, 1980년대 설립 기업수에 있어서는 47개로서 13개에 머문 루트 128지역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 같은 두 혁신지역의 경제적 격차는 최근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림 11> 주요지역별 500대 기술성장 기업수: 1997 & 2001
<그림 11>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500대 기업수는 캘리포니아주가 132개로 가장 많으며, 뉴욕이 33개, 그리고 매사추세츠가 31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1997년과 비교해 볼 때 캘리포니아주는 2개가 늘어난 반면 매사추세츠주는 57개에서 31개로 45.6%나 줄었다. 500대 성장기업의 대부분이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업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루트 128지역의 상대적인 경기침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두 지역의 경제적 명암은 미국의 4대 혁신지역의 특허비중과 벤처자본 비중의 비교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림 12> 미국 4대 혁신지역 특허비중 비교: 1996~2002
미국의 4대 혁신지역 특허비중을 보면 인터넷·소프트웨어(총 13,831개)의 경우 실리콘 밸리가 54%로 가장 높고, 보스턴은 오스틴과 샌디에고 보다도 낮은 10%를 차지하고 있다. 바이오텍(총 2,233개)의 경우는 샌디에고가 39%로 가장 높고 실리콘 밸리와 보스턴은 29%를 차지하고 있다. 와이어리스(총 2,347개)의 경우도 실리콘 밸리가 48%로 보스턴의 7%에 비해 높은 특허비중을 보이고 있다(<그림 12> 참조). 밴처자본(Venture Funding)의 경우도 실리콘 밸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인터넷·소프트웨어(총 43억5천6백만달러) 56%, 바이오텍(10억5천1백만달러) 42%, 와이어리스(7억4천6백만달러) 62%로서 보스턴지역의 36%, 36%, 24% 보다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그림 13> 참조).
<그림 14> 연방 R&D 지출규모 비교: 1997 & 2000
<그림 14>에 나타나고 있듯이 학술 및 비영리 연구기관에 대한 2000년 연방 R&D 지출도 캘리포니아주가 140억8천만 달러로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사추세츠주는 41억4천만 달러로서 캘리포니아주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림 15> 실리콘 밸리의 고용자당 부가가치 추이: 1990~2000
자료: Joint Venture's Index of Silicon Valley 2001.
2. 지역혁신체계 특성과 차이
먼저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 지역의 가장 큰 차이점의 하나는 두 지역이 상이한 산업체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실리콘 밸리가 개방적 지역네트워크에 기반한 산업체계를 갖고 있는 반면, 루트 128은 독립회사에 기반한 산업체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Saxenian, 1994).
실리콘 밸리의 네트워크 기반 산업체계는 특수한 상품을 만드는 회사들 사이에서 공동학습과 유연한 적응을 증진시킴으로써 급변하는 국내외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비공식 의사소통과 협력을 통하여 다른 기업으로부터 시장변화와 기술 정보를 배웠다. 네트워크 체계 속에서 기업간 그리고 기업내부 조직경계선, 기업과 무역협회·대학 등 지방조직간의 조직경계선은 매우 희미하게 존재하였으며, 상호 침투를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지역의 조밀한 사회네트워크와 개방된 노동시장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가 창업정신과 실험 정신을 고무시켜 무수한 신규기업을 창출하였다. 또한 지역네트워크와 개방된 노동시장을 토대로 한 수많은 신규 벤처기업의 경제적 성공은 주요 기업본사의 대부분을 새로운 정보기술의 창출과 확산의 중심지인 실리콘 밸리에 위치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그림 16> 참조). 특히 휴렛패커드와 인텔사 등 실리콘 밸리 내에 위치한 기업본사는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고, 기업활동을 분산시킴으로써 회사간 생산네트워크를 형성하였으며, 나아가 지역의 사회, 기술적 상호의존을 공식화함으로써 실리콘 밸리의 산업체계를 강화시켰다.
<그림 16> 주요지역별 기업본사수: 2000 & 2001
반면 루트 128 지역은 소수의 고도로 통합된 독립회사 기반의 산업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독립회사 기반 산업체계는 비밀과 기업충성심 등과 같은 요소가 회사의 고객, 부품 공급자 그리고 경쟁자 사이의 관계를 지배함으로써 안정성과 자기신뢰를 조장하는 기업문화를 재 강화하였다. 이에 따라 루트 128지역 내 기업의 경우 위계서열이 엄격하고 권위가 집중화됨으로써 정보가 수직적으로 흐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루트 128 지역은 실리콘 밸리와 달리 기업간 그리고 기업조직 내 경계선과 회사와 지방조직과의 경계선이 뚜렷이 존재하였다. DEC과 같은 많은 거대기업들은 그들이 위치한 지역과 거의 유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루트 128 지역 내 기업들은 빠른 시장 변화와 적응과정에서 이 같은 주도적 생산업체의 고립적 조직구조와 관행에 의해 크게 제한을 받았다. 1980년대 말 지역의 대규모 미니컴퓨터 회사들은 새로운 시장조건에 매우 느리게 적응하였으며, 그 결과 자신들의 성장영역을 실리콘 밸리의 퍼스널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에 고스란히 내주었다.
두 지역의 상이한 산업체계 형성과 관련하여 클러스터 초기형태와 인지적 거리의 중요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리콘 밸리의 경우 스탠포드 대학 부지 내에 위치한 인더스트리얼 파크에서 출발했듯이 연구중심대학과 매우 근접해 있는 공간중심 밀집형 클러스터의 형태를 띠고 있다. 반면 루트 128지역의 경우 기업들이 MIT대학과 직·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기는 했지만 실리콘 밸리와 달리 대학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한 도로중심 거점형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지리적 근접성은 주체들간의 대면적 상호작용(face-to-face interaction)를 촉진시키고, 그 결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보다 용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한 지역혁신체계가 혁신을 창출하고 확산,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에 대한 탐구(exploration)와 이용(exploitation)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호간 이해를 막지 않을 만큼 다양한 형태의 인지를 보장하는 정도의 인지거리를 지닌 조직 단위들은 지역혁신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많은 수의 기술기업들이 공간적 집중을 통해 지역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던 실리콘 밸리에 비교해 볼 때 루트 128내 기업들은 도로를 중심으로 한 메트로폴리탄 보스턴 지역에 펼쳐져 있어 기업간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기업조직과 노동시장 조건도 두 지역 경제성장의 차이를 가져오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은 위계질서 부재와 탈집중화 등 수평적 기업조직 형태를 띠고 있다. 주요 부서들에게 상당한 자율성이 부여되고,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에 상호작용적 대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들은 한 기업에 대한 로얄티보다는 기술과 동료 엔지니어, 과학자들에 대한 강한 로얄티를 갖고 있다. 실리콘 밸리 중소기업의 평균이직률이 35%에 이르며, 1980년대의 평균재직기간도 2년 정도라는 점에서도 이러한 기업특성을 엿볼 수 있다(Saxenian 1994). 재미있는 사실은 실리콘 밸리의 높은 이직률과 기업 실패율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기업의 형성을 낳으면서 실리콘 밸리의 전반적인 역동성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실리콘 밸리의 '유연한 리사이클링(flexible recycling)' 형태는 기존에 존재하는 지식이 새로운 기업의 창시자에 의해 새로운 방법으로 결합되면서 혁신과정을 촉진시키고 있다(Wolfe, 2002).
실리콘 밸리와 대조적으로 루트 128 기업들은 경직된 위계질서, 의사결정의 중앙 집중화, 많은 과정과 절차의 내부화 등 수직적 조직형태를 취하고 있다. 고용인들은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대가로 한 장기고용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서열을 통한 진급과 많은 연금을 갖고 퇴직하기를 기대한다. 반면 고용주들도 다른 기업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엔지니어 혹은 프로그래머의 고용을 꺼리고 있다. 이 같은 루트 128의 수직적 기업체계는 장기간에 걸친 군사적 계약구매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업의 경제적 자급자족을 조장하고, 기업간 파트너십보다는 비밀보장을 우선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이는 기업 경영자들에게 계약구매를 위해 자신의 지역보다는 워싱턴 DC로 향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Saxenian, 1994).
두 지역의 산업체계와 기업조직의 차이는 크게 보면 지역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리콘 밸리의 지역문화는 개방적이고 실험적 정신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 보스턴의 지역문화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보수적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실리콘 밸리 지역의 리스크 공동부담과 파트너십에 대한 강한 믿음과 달리 보스턴 지역은 전통적으로 관습과 예법 그리고 자기 신뢰의존에 대해 강조가 주요 덕목이 되고 있다. 이는 보스턴의 사회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보수적인 영향력 속에서 형성되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리콘 밸리의 개방된 지역문화는 지역화된 혁신네트워크의 정착과 촉진 그리고 자극제가 되었다(Pilion & DeBresson, 2003). 특히 다문화적인 공존 속에서 상호 번영하는 실리콘 밸리의 개방적인 지역문화는 외부자극과 새로운 기술혁신의 도전으로부터 밸리를 더욱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즉 실리콘 밸리 지역문화는 정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물결에 따른 시공간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축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보스턴의 지역문화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어서 비공식적 사회교류가 실리콘 밸리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이는 기업간 그리고 노동자간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고 자유로운 직업이동의 장애물로서 작용함으로써 신규기업의 창출과 성공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었다.
3. 비전과 전망
<그림 17> 실리콘 밸리의 혁신환경
자료: Building the Next Silicon Valley(2003).
실리콘 밸리의 핵심적 고민은 과연 어떤 정책조치(Actions)가 지역에 가장 바람직한 결과, 즉 지역의 번영과 밸리에 살고 있는 거주자들에게 가장 뛰어난 삶의 질로 이끌 수 있는 혁신(innovation)과 기업가정신을 산출할 수 있도록 사람, 자본, 그리고 기술을 강화하고 이들을 연계시켜 줄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있다. 이를 위해 지역 및 지방제도와 정책 그리고 실천적 조치들은 자본, 자본 그리고 기술이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통해 역동적인 경제이점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연계방식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변화하는 글로벌 조건에 적응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림 17> 참조). 이 같은 실리콘 밸리의 혁신환경 창출과 새로운 기술혁신 물결에 대한 고민의 중심에는 1992년 지역기업, 정부, 대학 등 다양한 기반을 갖고 있는 컨소시움(consortium) 형태로 결성된 ‘실리콘 밸리 네트워크: Joint Venture’와 ‘넥스트 실리콘 밸리 리더십그룹(Next Silicon Valley Leadership Group)’가 자리 잡고 있다. Joint Venture는 문제해결 공유와 지역 스튜어드십(regional stewardship)를 통해 실리콘 밸리의 ⅰ) 혁신경제지속, 생산성증대, 번영확대, ⅱ) 환경보호와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livability) 조성, ⅲ) 사람들에 대한 기회제공과 연결 등과 같은 지역문제들을 상호 확인하고 행동하도록 기업, 노동, 정부, 교육 그리고 공동체의 모든 부분으로부터 나온 사람들을 동원하고 조직해 내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하고 있다. 또한 조인트 벤처 내에 구성된 ‘넥스트 실리콘 밸리 리더십 그룹’은 최근 ‘실리콘 밸리 비전 2010’을 주제로 한 백서를 출간함으로써 실리콘 밸리 경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전달함으로써 차기 실리콘 밸리의 기술물결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NSVLG 2001).
<그림 18> 미국 4대 혁신지역 전문가 협회수: 2001
대보스턴 지역도 매사추세츠 테크놀로지 협력위원회(Massachusetts Technology Collaborative)를 중심으로 혁신경제와 첨단기업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MTC는 기업, 정부, 학계 등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주요 이해관계자와 역동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함으로써 지역 내 혁신경제의 기폭제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매사추세츠 하이 테크놀로지 위원회(MHTC)도 하이 테크놀로지와 하이 부가가치 서비스 회사 등의 기업가들로 구성된 단체로서 지역내 하이 테그놀로지 기업과 혁신적 기업환경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두 지역 내에는 수많은 혁신지원조직들이 신규기업 창출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그림 18> 참조).
<그림 19> 실리콘 밸리 비전 2010
‘넥스트 실리콘 밸리 리더십그룹’과 ‘실리콘 밸리 네트워크: 조인트 벤처’가 제출한 연구백서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의 2010년 비전은 크게 세 가지로 혁신경로(innovation paths)로 나뉘어 전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첫째는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심화 발전, 둘째,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정보기술의 수렴(convergence), 셋째, 나노 테크놀로지와 마이크로기계가공(micromachining)의 상업화 등이 그것이다(<그림 19> 참조). 먼저 경제와 사회 모두에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심화·발전이 전망되고 있다. 이미 초기단계의 인터넷은 교육, 정부, 커뮤니티 내에서 모빌 인터넷, 새로운 생산성 도구, 그리고 테크놀로지 응용 등으로 움직여가고 있다. 또한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는 정보기술과 수렴함으로써 바이오 정보과학(bioinformatics), 바이오 재료(biomaterials), 바이오칩 등에서 주요한 진보가 예상되고 있다. 나노 테크놀로지의 상업화는 칩과 컴퓨터 제조에 혁명을 일으킬 가능성을 갖고 있다. 실리콘 밸리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혁신 물결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미 실리콘 밸리에는 이들 분야의 기업들이 존재하거나 새로이 출발하고 있다(NSVLG, 2001)
<그림 20> 새로운 기술혁신과 수렴혁명
보스턴과 루트 128지역도 새로운 기술혁신 물결에 대비해 나가고 있다. 특히 대보스턴 지역은 MIT와 하버드대학에서 배출되고 있는 풍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나노 테크놀로지 분야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림 20>에서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이 새로운 기술혁신의 물결이 대개 경제변화 시기에 학문분야간 교차지점, 즉 수렴혁명(converging revolutions)을 통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앞선 연구중심대학과 인적자원 그리고 벤처자본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보스턴 지역은 경제도약의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공여부는 얼마만큼 실리콘 밸리와 같이 개방적 네트워킹을 통한 협력적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Ⅵ. 정책적 시사점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지역의 혁신체계 비교 연구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먼저 지역혁신네트워크가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지역적 맥락에서 창출되고 번성한다는 점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개방적 협력 네트워크는 지역제도와 상호신뢰를 형성하는 반복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동시에 경쟁의식을 강화하는 문화를 형성함으로써 탈 집중화된 공동학습 과정의 증진과 지속적 혁신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와 관련 주어진 한 지역에서의 기업 클러스터가 그 자체로 상호이득을 줄 수 있는 상호의존성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한 산업체계에서의 기업은 정책조치에 의해 지리적으로 클러스터화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루트 128의 경우처럼 지역의 주도적 생산업체가 독립적인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클러스터지역 내 시장경쟁능력은 크게 제한될 것이다. 특히 수많은 구 산업지역에서처럼 개별기업의 경제적 자립이 강한 유산으로 남아 있는 지역에서는 지역혁신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으며, 또한 더디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기업을 분리하고 있는 제도적 그리고 사회적 조직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개방적 산업체계의 채택은 덜 정교화된 산업하부구조와 기술 베이스를 갖고 있는 지역기업에게는 커다란 도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Saxnian, 1994).
둘째,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혁신지역의 ‘최초 발전’은 지역 내의 존재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는 단기적이고 인위적인 정책조치로서 파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처럼 지역 내 선도적인 연구중심대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혁신지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이 클러스터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 맹아상품과 생산기술 그리고 풍부한 인적자원이 존재해야 한다. 여기서 정책조치는 이러한 상품기술과 관련된 사람들이 혁신활동을 하도록 동기부여 및 이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셋째, 혁신은 단선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확산과 동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터넷의 경우처럼 루트 128이 최초 정보관련 기술창출을 주도하였다면, 실리콘 밸리는 루트 128에서 개발한 기술을 확산시키고 상업화에 성공함으로써 경제적 성장을 이끌어 냈다. 이와 같이 연구개발실에서 개발한 기술이 곧 바로 상업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기술혁신은 종종 의외의 곳에서 그리고 예기지 않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인터넷 시대 속에서도 기술혁신을 위한 대면적 가치와 상호작용이 여전히 중요시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혁신 과정은 단순히 개인 회사에서가 아니라 기업, 대학, 그리고 다양한 제도 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들의 지식창출 네트워크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신뢰, 자발적 공유, 그리고 오랜 시간 호혜적 교환에 기반한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 형성된 암묵적 지식의 공유에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발전은 혁신 창출에 머물기보다는 기업들 사이에 혁신을 과감하게 채택하도록 하는 것, 즉 혁신의 확산결과로부터 일어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넷째, 혁신이 반복적이고, 대면적, 그리고 네트워크 기반하고 있다면, 혁신은 또한 지리적 위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 기업 그리고 제도의 지역 클러스터는 인간적 지식, 기술 그리고 경험을 빠르게 전달하고 확대하는 강력한 메커니즘이다. 이와 같은 혁신지역의 공간적 집적성과 관련하여 최적의 인지적 거리는 서로 새로운 것을 말할 만큼 크면서 충분히 이해할 정도로 작은 정도의 거리를 지칭한다는 점이다. 실리콘 밸리와 루트128지역의 성패 요인도 이러한 인지적 거리와의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실리콘 밸리의 경우 공간중심 밀집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것과 달리 루트 128의 경우 도로중심 거점형 산업구조를 형성함으로써 기업간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다섯째, 실리콘 밸리의 개방적 지역문화가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루트 128 지역보다 혁신네트워크의 정착을 돕고 촉진하고 자극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실리콘 밸리의 개방체계 네트워킹은 새로운 상품성장과 혁신 과정을 촉진하고, 가치체인(value-chain) 상에 있는 기업 네트워크에 따라 비용과 이득을 공유함으로써 개별 기업들에게 신상품 개발과 결합된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끝으로 혁신의 지원·중개조직의 중요성도 지적할 수 있다. 실리콘 밸리의 혁신네트워크인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지역혁신네트워크는 지역 내 정보와 의사소통을 원활히 함으로써 이해와 학습을 위한 개별적 투자 필요성과 정보의 과잉유출 위험을 줄여주고, 사회자본을 창출함으로써 기술 확산과 기술 이전을 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공간적 집적성과 산업클러스터가 그 자체로 새로운 기술혁신과 호혜적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점은 지역혁신체계 형성과 관련한 핵심적인 정책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 바탕위에서 어떻게 하면 주요 경제행위자들로 하여금 보다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지역혁신네트워크를 구성하도록 만들 것인가 하는 보다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문제에 정책초점을 맞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혁신의 문제는 지리적 위치의 문제인 동시에 사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재능 있고 창조적인 사람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고 꽃피울 수 있는 기회와 그 같은 기회를 부여하는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 이 글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발간한 "세계의 지역혁신체계"(한울아카데미, 2004) 에 게재된 논문임을 밝혀 둔다. 필자는 아이오와대학 아태 연구센터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KRIVET)에서 근무하였으며, 최근 논문으로는 "신산학협력과 교육혁신"(2006)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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