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5일 토요일

선진국 혁신클러스터 성공 사례와 시사점

이종선(KRIVET)



Ⅰ. 문제 제기


지역혁신체계(RIS)와 혁신클러스터(Innovation Cluster)에 대한 관심은 글로벌 경제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 속에서 지속적인 혁신은 미래성장에 필수적인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Drucker, 2002). 특히 지역경제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기술의 창출과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의 중요성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은 이러한 혁신을 추동하는 것이 바로 지식(knowledge)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최근 새로운 지식의 연구·개발과 상품화, 지식융합과 상업화를 추구하는 연구중심대학,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한 산·학·연 혁신클러스터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부정책의 핵심적 사안이 되고 있다.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창출, 확산, 활용이 국가생존을 가늠하는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지역혁신 클러스터 조성을 국가발전을 위한 최우선적 대안으로 삼고 지역혁신체계 구축과 이를 통한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전력을 추구하고 있다. 주지하듯 최초의 혁신클러스터는 미국의 스탠포드대학 리서치파크에서 시작된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와 보스턴의 MIT를 중심으로 한 ‘루트 128(Route 128)’이라고 할 수 있다(Saxenian 1994, 이종선 2004). 이후 세계 각국 들은 이들 두 지역의 경제적 성공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의 경제적 성공은 텍사스 오스틴의 실리콘 힐(Silicon Hills), 노스캐롤라이나의 리서치 트라이앵글(Research Triangle), 샌디에이고 바이오 클러스터 등으로 이어져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혁신클러스터로 성장하였다. 또한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Kista Science Park), 핀란드의 오울루 테크노폴리스(Oulu Technopolis), 중국의 중관촌(中關村) 등 제2의 실리콘 밸리를 꿈꾸며 성장하고 있는 혁신클러스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국가균형발전위 2005). 우리의 경우도 참여정부에 들어 지방 균형발전과 2만불대 선진국으로의 진입 장벽을 넘기 위해 혁신클러스터 형성에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05년 5월 대덕 과학연구단지를 ‘대덕밸리경제특구’로 지정한 바 있다. 포터(Porter)가 지적하듯이 이제 지역의 경쟁력(regional competitiveness)과 경제적 번영, 그리고 삶의 질은 글로벌 기업을 갖고 있는 혁신 클러스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orter, 1998, 2000).



<그림 1> 세계의 혁신클러스터



따라서 여기에서는 해외 혁신클러스터 성공사례 중 노스캐롤라이나의 리서치트라이앵글(Research Triangle), 텍사스 오스틴의 실리콘 힐(Silicon Hills),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Bio-Cluster), 스웨덴의 시스타(Kista), 핀란드 울루(Oulu) 등 최근 우리의 혁신도시 건설과 혁신클러스터 조성노력과 관련하여 많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으로 판단되는 선진국의 혁신클러스터를 집중분석해 보고자 한다(<그림 1> 참조). 특히 이 글의 주요 문제의식은 크게 다음 세 가지 점에 있다. 첫째, 왜 이들 특정지역에서 혁신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성공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둘째, 혁신 클러스터 성공요인과 관련 한 주요 제도와 행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셋째, 선국외국의 혁신 클러스터 사례분석에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 요소와 지역적 차이 그리고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과 이론적 함의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Ⅱ. 주요 선진국의 산·학·연 혁신클러스터

1. 리서치 트라이앵글(Research Triangle Park, NC)


미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잘 계획된 리서치파크로서 평가받고 있는 리서치 트라이앵글(RTP)은 채플 힐(Chapel Hill)의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 듀럼(Durham)의 듀크(Duke) 대학, 랄리(Raleigh)의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NCSU) 등 3개 대학의 삼각지대에 위치한 미국의 대표적 산·학·연 혁신클러스터이다.1) 2002년 말 현재 7,000에이커(약 840만명)의 대지에 IBM,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노텔 네트워크(Nortel Networks), Cisco System, 미국환경청(EPA), RTI International, NIEHS 등 총 137개의 기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이중 연구·개발조직만 모두 104개 업체에 이른다. 리서치 트라이앵글 지역에는 현재 3만8,500여명(계약직 포함 4만5,000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그 중 99.4%가 연구개발 조직에서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Link & Scott 2000). 특히 리서치 트라이앵글지역은 살면서 근무하기에 가장 좋은 곳 1위(Employment Review, 2003.6), 비즈니스와 커리어 여건 3위, 교육환경 1위(Forbes, 2003) 등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두 번째로 낮은 일인당 소득을 갖고 있었던 미국의 대표적 낙후지역이었던 이 지역이 오늘날 미국의 대표적인 연구 혁신클러스터로 변신에 성공하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과 요인은 무엇일까?
리서치 트라이앵글 지역이 혁신클러스터로 변신하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노스캐롤라이나 경제의 몰락과 두뇌유출에 따른 지역 인재고갈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지역 내 리더들의 문제의식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당시 이 지역은 가구, 섬유, 담배 등 세 가지 전통적 사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 생산자와의 경쟁(섬유), 자동화와 수요 급감(담배), 그리고 가구산업의 미국 내 북동부로의 공장이전 등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역 내 3개 대학의 졸업생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제적 몰락과 인재고갈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논의과정에서 고안된 아이디어가 바로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 건설안이다.
이처럼 지난 30년 동안 리서치 트라이앵글 지역이 혁신클러스터로 성장하게 된 주요요인으로서 크게 다음 세 가지 점을 지적해 볼 수 있다.
먼저, 지난 30년 지속된 기업가적 리더십(Entrepreneurial Leadership)을 들 수 있다(Link & Scort 2000).2) 리서치트라이앵글의 역사는 무엇보다 아치볼드 데이비스(Archibald Davis)의 기업가적 리더십에 의해 인도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데이비스는 지역 발전에 대한 뚜렷한 비전과 열정의 소유자로서 어려움에 처한 초기 리서치파크 건설과정에서 그 주도체가 영리 단체가 아니라 비영리 단체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을 최초로 인식하고 이를 실천에 옮김으로써 리서치트라이앵글재단(Research Triangle Foundation)과 연구소(RTI)를 설립, 리서치트라이앵글의 실질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특히 대학 연구기관이 혁신클러스터 안에 반드시 있어야 된다는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들 3개 대학공동으로 ‘첨단과학연구센터’(TUCASI)를 설립한 것도 그였다.
둘째, 리서치트라이앵글 지역의 3개 대학 간 협력과, 산·학·연, 산·산 등 대학과 기업 간의 다양한 산학협력 관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듀크 대학,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등 리서치트라이앵글 지역을 중심으로 한 3개 대학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등 우수한 고급인재를 육성 제공하였으며, 리서치파크를 건설함으로써 자신들이 배출한 고급두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기 위한 공동관심사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산·학·연 간 긴밀한 협력도 리서치트라이앵글의 대표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내 대학과 기업과의 관계는 단순히 기업들이 대학이 배출한 인재를 유치하는 것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TUASI내에 존재하는 연구센터들은 기업과 협력 속에서 대학의 연구를 상업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연구파크 안에 위치한 세계적인 수준의 정부관련 연구기관들도 주요 노스캐롤라이나 기업과의 합작으로 연구·개발 계약을 맺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산·산 협력관계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리서치트라이 앵글에는 중소규모의 기업가를 후원하는 기업가들을 중심으로 한 기업발전위원회(Council for Entrepreneurial Development, CED가 1984년 설립·운영되고 있다.
또한 1994년에는 주와 지역 기관들의 재정적 후원으로 운영되는 사설 비영리 기관인 리서치트라이앵글지역파트너십(Research Triangle Regional Partnership, RTRP)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RTRP는 현재 연구, 개발, 과학중심의 생산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학들과의 공동 과학연구 프로젝트 진행을 도와주고 있다.
셋째, 주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인센티브(fiscal incentives) 정책을 들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에 의해 형성된 비스니스 환경과 혜택은 이들 지역을 많은 국내와 국외 기업들이 노스캐롤라이나를 최우선으로 선택하게 하는 주요 이유이다.


2. 실리콘 힐(Silicon Hills, Texas Austin)


오스틴(Austin)은 세계에서 가장 큰 컴퓨터회사인 델(Dell)사의 본사가 위치해 있으며, 모토롤라(Motorola), 아이비엠(IBM), 쓰리 엠(3M), AMD, 삼성반도체사(SAS) 등 대규모 반도체 제조업체가 들어서 있어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는 IT 혁신클러스터로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텍사스 오스틴의 하이테크놀로지 산업은 1990년에서 2000년 사이에 거의 두 배 가까운 고용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지역 내에 약 5만여 명의 새로운 하이테크 일자리를 창출하였다(이종선 2005b). 불과 40여 년 전만 하여도 텍사스 주의 수도와 대학교육도시에 불과하였던 오스틴이 오늘날 세계에서 주목받는 IT 클러스터로서 성장하게 된 동인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을까?
실리콘 밸리가 연구중심대학을 정점으로 한 기술혁신 및 창조적인 연구자에 의한 선도적인 종자기업(seeding company)의 출현과 이로부터 분사된 수많은 신규기업의 형성에 의해 주도되었다면 오스틴 IT 클러스터는 커뮤니티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지역 경제개발전략 수립과 공공·민간부문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형성·발전해 왔다. 이와 관련하여 오스틴 IT 클러스터 형성은 다음 세 가지 주요 발전전략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오스틴 시정부와 텍사스 주정부, 텍사스 대학, 상공회의소 등 커뮤니티 주요 행위자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적극적인 하이테크 기업유치 및 고용다양화 전략을 들 수 있다. 오스틴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교육·행정 도시에서 탈피해 고도의 경제성장과 지역번영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하이테크 기업유치와 고용다양화 전략을 채택·실행하였다. 오스틴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먼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다른 혁신지역에서 일정한 경제적 성공을 이룬 중견기업들에 대한 지역 내 유치를 위해 공동 노력하였다. 이를 위해 이들 기업에게 다양한 세제혜택과 부지제공 그리고 공장건설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오늘날 IT 클러스터인 실리콘 힐을 낳게 한 또 다른 결정적 계기는 오스틴시와 상공회의소 그리고 텍사스 대학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기초한 MCC, SEMATECH 등 연방정부 재정지원에 의해 운영되는 하이테크 관련 연구 컨소시움의 지역 내 유치 전략과 성공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이테크 산업의 경우 기술혁신은 기업의 성패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연구개발 컨소시움의 지역내 유치성공은 초기 기업유치 전략에 의해 오스틴 내로 이전한 IT기업의 안정화는 물론 이후 수많은 IT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오스틴 지역으로 모여들게 하는 동인을 제공하였다. 특히 MCC와 SEMATECH의 회원사에서 파견된 연구진들은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도 오스틴에 잔류하거나 직접 신규기업을 창업함으로써 오스틴 IT 클러스터의 형성에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실리콘 힐의 또 다른 발전배경에는 오스틴 커뮤니티의 ‘선택과 집중’에 따른 IT산업 특화전략을 들 수 있다. 오스틴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컴퓨터 생산업체인 DELL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각종 반도체 칩을 생산·공급하는 AMD, Freescale(Motorola에서 분사), IBM, 3M, SAS 등 대규모 반도체 업체, 그리고 수많은 반도체 및 컴퓨터 장비 제조업체들이 집중적으로 발전되어 있다. 이 같은 일정한 지역 내에 형성되어 있는 IT 기업체간 생산 네트워크 체제는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비용감소 효과측면에서도 오늘날 오스틴 IT클러스터의 최대 강점이 되고 있다.
실리콘 힐 IT 클러스터로서 오스틴이 발전하게 된 이면에는 이 같은 주요 행위전략 이외에도 발전 전략을 성공으로 이끈 몇 가지 중요한 배경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먼저 텍사스 대학에서 배출되는 과학·엔지니어링 분야의 전문 인력과 잘 교육받은 노동력, 우호적인 기업 환경, 합리적인 세금구조, 그리고 전국평균 보다 6.1%정도 낮은 비즈니스 비용 등 기업운영의 측면에서 오스틴은 다른 혁신지역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GACC 2003). 또한 오스틴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양호한 생활여건도 실리콘 힐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3. 샌디에이고 바이오 클러스터(San Diego Bio-cluster)


샌디에이고(San Diego) 바이오클러스터는 2004년 현재 500여개 이상의 생명과학(bioscience)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모두 16만2000여개 이상의 바이오 관련 기술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수많은 노벨수상자를 비롯하여 관련분야 연구원(Ph.D., M.D.) 등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진들이 지역 내에 집중되어 있으며, 매년 투자되는 벤처자본도 13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이미 인증된 과학특허만도 약 4000여건에 이르고 있다(BIOCOM 2004). 이처럼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미국의 대표적 휴양지이자 해군기지 지역으로 인식되어온 샌디에이고 지역이 오늘날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클러스터 발전하게 된 계기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요소에서 비롯되고 있다.
먼저,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 능력을 갖춘 비영리 연구기관들의 공간적 밀집 요소를 들 수 있다. UCSD를 중심으로 반경 2.5마일 내에 위치한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IO), 숄크연구소(Salk Institute), 스크립스연구소(TSRI), 번햄연구소(Burnham Institute) 등 비영리 연구기관의 공간적 밀집성과 대면적·비공식적 인간관계를 통한 활발한 정보교환, 자유스러운 연구 분위기 및 천혜의 자연환경 등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들을 이 지역으로 유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최초 지역 내 선도적인 연구자들의 창조적 리더십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다. UCSD 설립을 주도한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IO) 연구지도자와 지역 내 최초로 본격적인 바이오 기초연구소를 설립한 요나스 숄크(Jonas Salk), 스크립스(Scripps), 하이브리테크의 공동창업자인 로이스톤(Royston)과 번돌프(Birndorf), UCSD CONNECT를 설립한 엣킨슨(Atkinson) 등이 그들이다(이종선 2005a).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1980년대 중반 금융 산업의 도산과 1990년대 초반 방위예산 삭감으로 당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던 샌디에이고를 고임금 일자리 제공과 지역의 번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하이테크놀로지 지역을 탈바꿈시키는데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에서의 주요한 교훈의 하나는 기초바이오연구를 위한 비영리 연구재단의 설립이다. 소아마비 예방백신의 개발을 통해 엄청난 부를 갖게 된 요나스 숄크, 그리고 지역 내 수많은 스크립스 병원을 통해 부를 쌓은 스크립스가(家) 모두 비영리 연구재단 설립을 통해 부를 지역사회로 환원함으로써 장기적인 지역발전을 가능케 하였다는 점이다. 이 같은 지역 내 기업가 정신은 이후에도 지속되어 퀠컴(Qualcomm), 노바티스(Novartis)사 등 지역 내 주요기업들은 현재 이들 비영리 연구재단에 대한 막대한 연구 후원기금을 제공하고 있다.
둘째, 테크놀로지 상업화 노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지역 내 이니셔티브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 형성과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은 UCSD CONNECT이다. CONNECT는 연구자와 신규기업, 벤처자본가 그리고 각종 비즈니스 서비스 제공자들의 가교역할을 통한 첨단 기술이전과 상업화, 그리고 서비스제공자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의 ‘장벽 없는 인큐베이터(Incubator without walls)'로서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의 실질적인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 BIOCOM, SANDAG, SDREDC 그리고 각종 지원조직들도 지역 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셋째, 인적자본을 양성하고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공식·비공식 네트워크의 존재이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 첨단 연구자의 적극적인 충원, 그리고 풍부한 연구재원 등은 샌디에고의 독특한 연구 잠재력과 인적자본을 형성·발전시켜왔다. 특히 지역 내 주요 비영리 연구재단들은 풍부한 연구자금을 기반으로 바이오 분야의 최고 권위자를 특별 초빙함으로써 이들을 중심으로 우수한 연구자들이 모여들게 하는 부수적 효과를 창출해 내었다. 반경 5마일 이내에 언제든지 자신의 연구와 관련하여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전문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 지역으로 뛰어난 연구자들이 모여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4. 스웨덴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Kista Science Park)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군사훈련장으로 사용되던 지역에 불과하였던 스웨덴시스타(Kista)는 현재 유럽 내 정보통신 부문에서 가장 역동적인 첨단과학기술 지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1970년대 중반 에릭슨과 IBM이 이 지역의 앵커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세계적 정보통신산업의 메카로 성장하였다.3) 이처럼 시스타가 정보통신분야의 혁신클러스터로서 발전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88년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Kista Science Park)와 일렉트룸(Electrum)의 설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988년 3월에 설립된 일렉트룸은 중앙정부, 스톡홀름시, 기업, 대학·연구개발기관이 주체가 되어 설립한 파크 운영 및 관리를 전담하기 위한 기관으로써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를 정보통신 분야 혁신클러스터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1997년 일렉트룸이 중소규모의 첨단기업의 지속적인 창출(spin-off effect)을 위한 별도의 전담기관으로서 시스타 사이언스파크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는 첨단과학단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였다. 2004년 4월에는 스톡홀름시, 왕립공과대학, 기업이 주축이 되어 미래지향적이며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시스타 사이언스파크 주식회사에서 시스타 사이언스시티(Kista Science City) 주식회사로 조직을 확대·개편함으로써 시스타 주변의 3개 지역과 3개 독립 지방자치단체를 포함시켜 전체지역에 총 6만5천여 명의 고용인원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에는 정보통신산업의 불황기인 2001년 이후에도 신규 정보통신업체의 입주가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2004년 현재 시스타 지역에서만 에릭슨, IBM, 어도비(Adobe), HP, MS, 노키아, 선마이크로시스템 등 세계적인 기업을 비롯한 약 400개의 입주기업과 2만6,433명의 고용 인력이 연구개발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Kista, 2004). 특히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는 현재 세계 유명정보통신기업들의 신제품 테스트 시장(Test Markets)의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시스타 혁신클러스터는 2000년 ‘와이어드 매거진’이 수행한 세계 첨단과학기술지역 평가에서 총 16점 만점에 15점을 획득해 미국의 실리콘 밸리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Wired Magazine 2000.6)
이처럼 북유럽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의 경제적 성공은 다음 몇 가지 점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초기단계부터 에릭슨과 IBM 등 국내외 대기업의 유치 성공, 비교우위의 입주여건, 산학협력의 제도화, 기존 입주기업의 왕성한 연구개발 활동 및 신규첨단기업 창업 등을 통한 산업역동성 유지 등이 그것이다. 특히 시스타 사이언스시티 건설 초기 스웨덴의 대표기업인 에릭슨과 다국적 기업인 IBM의 유치가 시스타 혁신클러스터 창출에 매우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후 노키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선마이크로시스템 등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시스타에 입주함으로써 실리콘 밸리에 이어 세계 제 2의 IT 혁신클러스터로 성장하게 되었다.
둘째, 1980년대 초 사이언스 파크 운영 및 관리 전담회사인 ‘일렉트룸’을 설립하여 상시적인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왕립공과대학, 스톡홀름 대학 등의 정보통신 부문 연구개발부서와 국립연구기관, 그리고 기업체 간에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왕성한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신상품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셋째, 정보통신 대학 및 시스타 혁신공장 센터의 설립 등을 통해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 인력수요에 대처하고 동시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부문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소규모의 첨단기업을 전문적이며 체계적으로 지원하여 이들의 성장을 돕는 시스타 혁신성장 센터의 설립은 새로운 혁신기업의 산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시티의 성공사례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혁신 클러스터 구축에 있어서 일방적인 하향식 추진방식보다는 상향식 추진방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박상철 , 2005a). 특히 시스타의 성공은 스웨덴 정부 및 스톡홀름시의 적극적 역할과 더불어 기술혁신과 산학협력 관계체제인 산·학·연 간의 유기적인 협력(Triple Helix)이 뒤받침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5. 핀란드 오울루 테크노폴리스(Olou Technopolis)


오울루 테크노폴리스는 스칸디나비아 5개국 중 최초로 건설된 사이언스 파크로서 현재 핀란드의 대표기업인 노키아(Nokia)을 비롯, HP, 후지쯔, 스펙트라 등 250여개의 세계적 첨단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테크노 주식회사와 그룹형태로 조직되어 있는 오울루 테크노폴리스는 현재 핀란드에 존재하는 첨단산업체를 지원하는 특화사업체로서 여기에 입주하여 활동하고 있는 첨단기업체수는 총 240여개에 이르며 종업원 수는 6천여 명에 이른다. 2003년 1월 오울루 테크노폴리스는 오타니에미 사이언스 파크를 인수하여 총 550개의 입주기업에 총 8천여 명이 종사하는 유럽의 주요 사이언스 파크로 성장하고 있다.
1982년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의 최초 건설 계기는 1958년 오울루 대학 설립이후 대학의 기능과 시설확충 및 질적 향상이 지속되어 왔으나 대학을 졸업한 고급인력 자원이 지역내 산업기반 취약으로 헬싱키 등 도심지역으로의 유출이 일반화 되면서, 이러한 고급인력자원의 유축을 제한하고 이들이 첨단산업체들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강화하고 신제품을 생산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핀란드 정부가 사이언스 파크(Science Park)4)를 건설하기 시작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유발하여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산업계, 학계, 정부 간 연계활동을 조직화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오울루 테크노폴리스는 산학연관 연계 구축으로 작동하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사이언스 파크라고 할 수 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인 노키아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기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2의 대학인 오울루 대학이 연구개발 인력제공 및 기업과의 공동연구개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특히 오울루 사이언스 파크는 보유시설의 임대사업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테크노폴리스 피엘시(Technopolis Plc)사를 설립하고, 1998년에는 세계 최초로 헬싱키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이는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수요의 원활한 조달과 경영효율화 및 전문화를 꾀하고 성장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것으로서 기대 이상의 경영효과를 거두어 2003년에는 오타니에미 사이언스 파크를 인수하는 계기가 된다.
핀란드 사이언스 파크 건설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제도는 전문기술센터(Centers of Expertise)이다.5) 전문기술센터 설립의 주요목적은 국제적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기술부문의 전문지식을 활용한 사업 활동을 통한 지역발전과 신규고용을 창출하는 데 있다. 오울루 테크노폴리스 피엘시사는 1994년 최초로 입주기업 간 및 입주기업과 연구기관 등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장려하기 위한 오울루 전문가센터 프로그램을 실시·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울루 테크노폴리스가 성공적인 첨단산업기술단지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사업 대 사업 간 교류(B2B Interaction)를 장려하고 전문시술지식의 활용 및 세계시장으로의 성장기반 확충 등을 꾀하기 위해 추진되었다(Launonen 2002). 특히 오울루 지역 전문가센터 프로그램은 통신, 전자, 소프트웨어기술, 의료기술 및 생명공학기술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 관리, 기술의 상업화 및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 자금지원, 기술하부구조 구축 및 자금지원, 지식창출 등에 활동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오울루 테크노폴리스로 대표되는 핀란드 혁신클러스터의 성공은 중앙 및 지방정부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체제 구축, 밀접한 산학연계 확립 등의 요인에 기인한다. 먼저, 핀란드 중앙정부는 국가차원에서 오울루 지역에 국제적 경쟁력을 보유한 대학을 설립하였으며, 바이오센터, 인포텍(Infotec), 빛 변화에 따른 인체구조를 연구하는 툴레연구소(Thule Institue) 등 주요 국가연구기관의 오울루로 이주시켰다. 오울루 지방정부는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하여 지방사업청을 운영하는 등 실질적인 원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특히 오울루시는 대학과 연계하여 오울루 테크노폴리스 피엘시사를 설립하는 계획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으며, 현재도 최대주주(18.25% 주식보유)로 오울루 테크노폴리스 육성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또한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의 성공은 핀란드 정부가 거시적인 차원에서 협소한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시장에서 평가받는 전략을 구축하기 위해 효율적인 산학연관 협력체계 구축에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있다. 특히 산업계, 학계, 정부기관의 동일한 상황인식 및 공동의 목표 도출, 오울루 대학의 우수한 인적자원 보유 및 실용화, 첨단기업인 노키아, HP, IBM 등의 지역 내 유치로 인한 인적자원 간 경쟁 및 협력관계 구축, 정부기관의 일관적인 지원의지, 연구·생산·소비·수출 등의 연속 시스템 구축 등은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의 거시적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미시적 차원의 성공요소로서는 성공기업 및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고객관리, 주주이익 환원, 첨단기업 중점 육성 및 입주, 고객중심의 전문서비스 기업운영, 입주기업과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사 사이의 강력한 상호교류 활동 활성화 및 확고한 성장 개발의지 등을 꼽을 수 있다(박상철 2005b).


Ⅲ. 사례분석과 정책적 함의

이상에서 살펴본 선진국 혁신클러스터 형성과정과 성공요인에는 다음 몇 가지 공통적 요소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혁신클러스터의 최초 계기는 지역의 경제적 위기와 이에 따른 지역 내 고급두뇌의 유출을 막기 위한 지역 내 지도자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의 단초를 마련한 스탠포드 대학의 터만 공대학장이 동부로 떠나는 자신의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스탠포드 리서치 파크를 구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리서치트라이앵글은 노스캘로라이나 주의 경제몰락과 두뇌유출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실리콘 힐과 샌드에이고 바이오 클러스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텍사스 오스틴의 경우 새로운 고급 일자리 창출이 주와 시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되고 있으며, UCSD 총장이었던 에킨슨에 의해 주도된 샌디에고 바이오클러스터도 1980년대 중반 금융대출 산업의 도산과 1990년대 초반 방위예산 삭감으로 인한 지역경제 위기의 극복과 고임금 일자리 제공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었다. 스웨덴의 시스타와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의 경우도 낙후지역의 경제회생과 오울루 대학 졸업생에 대한 일자리 제공이라는 점에서 다른 혁신클러스터의 태동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클러스터 형성 초기의 문제의식은 최근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혁신도시와 혁신클러스터 조성 정책과 관련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요컨대 혁신도시와 혁신클러스터의 조성은 침체된 지방경제의 회생과 지방대학 출신의 졸업생들에 대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적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더 나은 일자리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시작된 혁신클러스터가 지역과 산업적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제도와 발전경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도표 1> 참조). 따라서 혁신클러스터가 경제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관련 행위주체들의 객관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다양한 제도 모색, 그리고 구체적 실천방안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표 1> 주요 선진국의 혁신클러스터 사례분석


둘째, 선진국 혁신클러스터가 성공한 이면에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배출하는 연구중심대학, 기업체, 그리고 정부, 지자체의 산·학·연·관 혁신 네트워크와 상호학습 기제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리서치트라이앵글의 RTI와 TUASI, 실리콘 힐의 SEMATECH, 샌디에이고의 UCSD CONNECT, 스웨덴 시스타의 일렉트룸(Electrum) 등 지역을 단위로 다양한 혁신주체들 사이의 긴밀한 산학협력 네트워크는 각기 지역 내 혁신클러스터 성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셋째, 혁신클러스터의 성공배경에는 지역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개방적인 문화구조, 그리고 지역번영을 추구하는 열정적인 기업가적 리더십과 행위주체간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파트너십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오늘의 리서치트라이앵글이 있기까지는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갖춘 데이비스의 강력한 기업가적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공공·민간 부문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기초한 오스틴 커뮤니티 지도자들의 상호 협력은 교육·행정도시에 지나지 않았던 오스틴을 오늘날 미국의 핵심 IT클러스터로 탈바꿈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도 UCSD 총장이었던 에킨슨을 중심으로 한 지역 내 지도자들의 협력과 혁신의 리더십에 기초하고 있다.
넷째, 혁신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할 수 있는 혁신기술과 연구개발능력을 갖춘 지역 내 앵커기업(Anchor Company) 또는 종자 기업(Seeding Company)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리서치트라잉앵글의 경우 글로벌 제약회사로 성장 발전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실리콘 힐은 세계적 컴퓨터제조업체인 Dell사, 샌디에고 바이오클러스터는 대표적인 종자기업인 하이브리테크(Hybritech),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와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에는 세계적 정보통신회사인 에릭슨(Ericsson), 노키아(Nokia) 등이 위치하고 있다. 혁신클러스터 형성과정에서 지역 내 앵커기업의 존재는 관련 국내외 기업의 유치에 매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앵커기업의 경제적 성공과 이윤의 지역 재투자 효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샌디에이고의 하이브리테크(Hybritech)사와 리서치트라이앵글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등과 같은 종자 기업들은 각기 53개와 15개 이상의 스핀오프(spin-off) 기업을 낳게 함으로써 혁신클러스터에서의 새로운 일자리 제공과 이윤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번영의 토대가 되고 있다.
다섯째, 혁신클러스터 형성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앙 또는 지방정부의 역할도 클러스터 성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서치트라이앵글의 경우 주정부의 역할은 대학과 기업체 사이에서 리서치파크 건설을 위한 행위조율자(coordinator)인 동시에 적극적 재정지원과 각종 세제혜택 등을 통해 클러스터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오스틴시정부도 실리콘 힐 형성초기에 텍사스 대학과 상공회의소와 함께 국내외 정보통신 대기업과 연방정부 지원 연구기관인 MCC, SEMATECH의 지역 내 유치를 위해 노력하였으며, 기업부지 무상제공, 공장건설비 지원, 소득세 면제 등 기업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수많은 정보통신·반도체 대기업을 유치하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북유럽의 오랜 산학협력의 전통 속에서 형성된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와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세계적 기업의 지역 내 유치를 위해 원-스톱서비스(One-stop Service)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연구개발과 신기술의 사업화를 도모하기 위해 대학과 산업체와도 매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혁신클러스터와 테크노폴리스 건설과 관련하여 우리가 이들 북유럽의 사례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두 국가 모두 사이언스 파크와 테크노폴리스에 대한 관리전담 기관을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와 오울루 테크노폴리스 피엘시 사의 경우처럼 혁신클러스터에 대한 이 같은 주식회사 형태의 기관에 의한 관리·운영은 경영의 효율화와 생산성, 그리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와 관련 오울루시의 경우 주식시장에 상장된 테크노폴리스 사의 주식에 상당 정도의 지분(18.25%)을 갖고 있음으로써 사이언스 파크의 전반적인 운영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 경제발전 모델에서의 정부역할이 정책결정과 인센티브를 통해 경제발전을 추동하는 것이었다면, 혁신클러스터 경제모델 하에서의 정부의 역할은 점차 다층적 수준에서의 기업, 교육 및 연구기관 그리고 협력적 제도·기구들을 포함하는 상호협력과정(collaborative process)의 촉진자인 동시에 참여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Henton 2002, Ketels 2003).
끝으로 혁신클러스터의 주요한 성공요인으로서 기후와 지리적 환경요소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리서치트라이앵글, 실리콘 힐, 그리고 샌디에이고 바이오 클러스터는 모두 최초의 혁신클러스터인 실리콘밸리가 자리 잡고 있는 산호세와 마찬가지로 기후가 온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미국 내에서 호평이 나 있을 정도로 양호한 기후 환경과 교육·문화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양호한 기후환경은 창조적 인재들이 이들 혁신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속속 몰려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그만 둔 이후에도 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속적인 스핀오프(spin-off)를 낳게 하는 또 다른 자양분이 되고 있다.
이처럼 창조적 인재들이 선호하는 기후 환경적 요인이 혁신클러스터 형성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기술혁신이 지리적 인접성에 기초한 암묵지(tacit knowledge)의 공유와 지역 내 상호학습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유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창조적 인재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라는 공간과 지역혁신을 추동하는 혁신클러스터는 세계화시대에 있어서 더욱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혁신클러스터의 창출은 지리적인 문제인 동시에 사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재능이 있고 창조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고 꽃 피울 수 있는 기회와 그 같은 기회를 부여하는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leesun1@gmail.com


* 이 글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KRIVET)에서 발간하는 HRD Review 2005년 겨울호에 발표된 논문임을 밝혀 둔다. 필자는 KRIVET에서 부연구위원으로 근무하였으며, 최근 주요 논문으로는 "신산학협력과 교육혁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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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리서치 트라이앵글’이라는 명칭도 연구 파크가 이들 3개 대학들(총 60,000명의 재학생)이 자리 잡고 있는 삼각지대 안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2) 기업적 리더십은 토지, 노동, 자본이 중요한 것처럼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독립적 요소로서, 기회를 잘 포착하고, 그 기회를 잡아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 의한 리더십을 말한다.
3) 2000년 말 시스타 사이언스시티 내 총 입주기업이 375개, 2만7,680명의 고용인력 중 에릭슨이 창출한 고용인원은 43%에 해당하는 약 1만2천여명 규모이다(박상철 2005a).
4) 핀란드의 사이언스 파크는 1982년 오울루 테크노폴리스(Oulu Technopolis)를 시작으로 전국에 총 22개가 건설되었으며, 이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와 오타니에미 사이언스 파크(Otaniemi Science Park)이다.
5) 1993년 경쟁력센터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전문기술센터는 국가적 차원에서 각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써 1994년부터 2004년 현재까지 전국 14개 지역에 16개의 전문기술센터가 설치·운영되고 있다(박상철 200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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